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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면담 팁 : 아름다운 마무리하기

by @일리 2023. 3. 15.

회사를 다니는 동안 선배님에게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은 말이 있다. 바로 '우리 부서에서는 퇴사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에 합격을 해서 그만두려는 사람이 있었지만 부장님 면담에 지쳐 퇴사를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였다. 나는 부장님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해본 적은 없지만 그 말이 사실일 거라고 100% 확신했다. 가까운 곳에 산 증인이 있었기 때문이다....내 짝꿍 과장님 마저도 세 번이나 퇴사를 시도했지만 못 나가서 10년 이상 근무를 하고 계셨다. 그래서 나는 퇴사날까지 한 달 넘게 여유를 두고 센터장님께 10월 말까지만 회사를 다니고 그만둘 예정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퇴사하기 전 나는 몇 번이나 면담을 했을까? 바로 네 번이다. 세 번째 면담이 끝났을 때 퇴사를 향한 확고한 의지가 있으면 부장님을 설득(?)해서 쉽게 나갈 수 있을거라고 제대로 착각했다는 걸 알았다. 부장님과 면담을 할 때마다 똑같은 대화가 도돌이표처럼 이어졌다. 부장님은 절대 뚫리지 않을 방패였다....결국 세 번째 면담 때 다음에 또 보자는 부장님의 말씀을 듣고 며칠 고민하다가 인사팀에 다이렉트로 퇴직원을 제출했다. 그 덕에 네 번째 면담에는 작별인사를 하고 앞으로 잘 살라는 덕담을 들으며 퇴사를 할 수 있었다. 만약 그때 퇴직원을 제출하지 않았더라면 다섯 번 넘게 면담만 하다 못 나갔을 수도 있다...

 

이렇게 강력한 상대를 대상으로 네 번의 면담을 하며 나름 면담 전문가가 되었기에 면담과 관련된 꿀팁을 정리해보았다.


1. 관리자 대화스타일 파악하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나와 면담하는 관리자의 스타일을 미리 파악해두면 좋다. 내 부장님의 경우 혼자 말씀하시는 스타일로, 상대방의 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답정너 스타일이었다. 부장님은 나에게 '너는 힘든 걸 말하지 않고 속에 쌓아두는 스타일이야. 그래서 너가 더 힘든거야' 하며 나에 대해 파악한 이야기를 줄줄줄 읊으셨다. 간혹 내가 '저는 그렇지 않은데요.' 라고 말하면 '아냐. 너는 이래' 하면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몇 번 이 대화를 반복하고서 알았다. 내가 대답을 하거나 반박을 하면 대화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면담 시간만 길어진다는 것을....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네.', '그렇군요.' 라고 추임새만 넣고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어차피 부장님께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미 정해져있었고 그것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그러니 면담을 앞두셨다면 나처럼 고생하지 마시고 관리자가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셨으면 좋겠다.

2. 회사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기

세상은 정말 좁다. 내가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분야로 취업을 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만난 사람들을 다른 곳에서 만나거나 혹은 이 사람들의 지인을 만나게 될 수 있다. 또 내 계획이 틀어져 다시 또 이 업계로 구직을 할 수 있으니 면담을 할 때 회사의 나쁜 점을 먼저 언급하지 않아야 한다. 행여 상급자나 인사팀에서 회사나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는지 살살 물어본다고 하더라도 그런 유도신문에 넘어가지 않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내가 조직에 없더라도 내 말은 이 조직에 남아 돌고 돌 수 있다. 그러니 입 꾹 닫고 나오는 걸 권장한다. 말을 안하고 나오면 속이 터질 것 같다? 그러면 말을 해도 된다. 대신 본인 입에서 나간 말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는 걸 명심하자....

3. 퇴사 사유는 해결 불가능한 것으로 말하기

당신이 퇴사 사유로 해결 가능한 것을 말한다면 관리자는 그것을 해결해줄테니 계속 다니라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업무가 힘들어서 못하겠다' 라고 한다면 '배당을 줄여주겠다.', '지금보다 쉬운 지역을 담당하게 해주겠다' 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일을 그만두고 학원을 다닐 계획이고, 그 학원에 이미 비용까지 지불한 상태다.'라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음을 강조했다. 

 

간혹 퇴사를 빌미로 일을 줄이거나 쉬운 일을 하기 위해 퇴사 생각이 없어도 퇴사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걸 활용할 수 있는 성격이라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행동을 좋아하진 않는다. '결별', '이혼'처럼 '퇴사'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에 큰 책임감이 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것에 개의치 않은 성격이라면 해결 가능한 사유를 대고 퇴사가 고민된다고 상급자에게 상담해보는 것도 괜찮다.

4. 퇴사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주변에 쉬쉬하기

퇴사를 하기로 마음을 강하게 먹었을 때 퇴사 예정이라고 친한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다른 팀원들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고,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같은 팀인 과장님과 센터장님께만 알렸다. 관리자분들도 팀원들이 이 사실을 알기를 원치 않으셨는지 센터장님께 보고 받은 부장님이 우리 사무실에 올 때 연막 작전을 펼치며 오셨다. 사무실마다 간식을 선물한다는 핑계로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까지 오신 것이다. 그렇게 작전을 펼쳤는데도 다른 사무실에 근무하는 선배들이 눈치를 챘는지 '너네 사무실에 부장님이 왜 갔냐' 며 메신저를 보내셨다... 나는 '간식 주러 오셨대요~'하며 모른 척했다.

 

퇴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팀원들의 업무량과 멘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퇴사가 어느 정도 확정되기 전까지는 조용히 있는 게 좋다. 어차피 내가 말을 안하더라도 사람들이 다 알게 되어있다. 굳이 먼저 나서서 '저 퇴사할 예정입니다!'라고 알려봤자 좋을 거 하나 없다. 그리고 퇴사 소식은 나보다는 관리자를 통해 알려지는 게 모양새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만 두면 인원 충원이 되기 전까지 팀은 인원이 한 명 부족한 상태에서 업무를 해야 한다. 당연히 관리자는 고민이 생길테고, 어느 정도 계획이 세워진 상태에서 팀원들에게 한 명이 퇴사한다고 공유를 하고 업무 조정을 하는 게 관리자에게 편할 것 같다. 이것은 내가 센터장님을 정말 좋아해서 이렇게까지 생각한 것일수도 있당...


간단하게 퇴사 면담을 하며 느꼈던 내 팁을 공유해보았다. 퇴사 면담 글을 찾아보다가 이 글을 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퇴사를 하겠다는 확고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면담 이후 같은 팀원에게 어떻게 인사를 하고 나올지도 고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팀원들에게 돌렸던 쪽지 내용을 공유해보겠다.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ㅇㅇㅇㅇ센터 막내 ㅇㅇㅇ 주임입니다.
제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나게 되어 선배님들께 인사드립니다.

ㅇㅇㅇㅇ부에 왔을 때 많이 부족했던 저를 포용해주시고,
제가 힘들어할 때 같이 고민하고 독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첫 직장에서 좋은 팀장님과 팀원들을 만난 덕분에 힘든 보상 업무를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저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 회사를 떠나지만,
이곳에서 선배님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선배님들께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기원하겠습니다!

ㅇㅇㅇ 올림

 

나는 정말 진심을 다해서 이 쪽지를 썼다. 팀장님과 팀원들에게 정말 고마웠고 이분들을 다른 회사에서 만났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성심성의껏 글을 썼는데 생각해보니 안 좋은 감정으로 퇴사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그런 분들은 어떻게 작별인사를 해야 할까?🧐 악감정만 남은 회사라면 인사 없이 그만둬야 할까..? 나는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 그 부분은 내가 조언을 할 수 없다x.X

 

모쪼록 다음엔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게 만드는 회사를 가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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