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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사서 고생하자

by @일리 2023. 3. 10.

나는 새로운 일을 처음 경험할 때 그 일이 힘들고 어렵기를 바란다. 첫 번째 이유는 힘든 일을 해야 '힘듦'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서 웬만한 일을 거뜬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힘든 일을 함으로써 내 멘탈이든 지식이든 과거의 나보다 더 성장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었을 때 사서 고생하자'는 마인드로 대학생 때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공장 아르바이트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PCB 공장과 화장품 포장 공장에서 일을 했다. 친구와 같이 PCB 공장에서 일을 했었는데, 일이 끝나면 대표님이 나와 친구를 데리고 술을 마셨다. 이 분은 왜 20살 여자애들 두 명을 데리고 혼자 술을 마실까? 궁금한 생각이 든 한편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대표님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월급을 안주셔서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해야 했다.......

 

화장품 공장에서는 서서 아이라이너를 포장했었다. 그때 마침 사회학 수업을 들은 직후라 테일러리즘과 관련해 효율적인 작업 방식과 컨베이어 벨트, 분업을 떠올리며 열심히 상자를 접었다. '노래를 틀어주면 좀더 작업 효율이 올라갈텐데...'란 생각을 한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의자 없이 서서 일하는 사람들과 쉼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근무환경이 좋지 않아서인지 텃세도 심했고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나이드신 분은 넘어질 때조차 욕을 해서 깜짝 놀랐다. 얼마나 습관적으로 욕을 많이 했으면 순간적으로 나오는 말조차 욕일까? ☹️ 정말 충격이었다!

사무직 아르바이트

1학년 땐 공장을 경험해보았으니 2학년 여름방학 때는 인터넷 사이트를 조사하는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했다. 조사해야 할 사이트는 많고 마감 기한은 얼마 안남아서 아르바이트생인데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한 번 밤을 새서 맡은 일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또 밤을 샐 거란 생각은 여전하다. 다만 사회생활을 해보고 나니 나 때문에 늦게까지 계셨던 직원분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밤새도 된다는 허락을 맡고 회사에 남았던 건데 같이 계시던 직원 분은 나만 남겨두기 좀 그랬는지 할 일이 있다며 3시까지 일하다가 퇴근하셨다ㅠㅠ

서비스직 아르바이트

이 외에 서비스업을 경험하러 이디야에서 10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유니클로에서도 3개월 일을 했다. 유니클로에선 스케쥴 조정이 가능해서 수업이 없는 날과 주말에는 8시간 풀타임으로 일했고, 수업이 있는 날에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1시까지 일하고 2시 수업을 들으러 갔다. 유니클로는 내가 일했던 곳 중 가장 체계적인 근무지였다. 계산대와 피팅룸 보는 법과 옷 접는 법 등 교육을 제대로 받았고, 근무 시작 전에 조회를 했으며, 수첩을 들고 다니는 걸 권장해서 수첩에 기억해야 할 내용을 빼곡히 적었었다. 또 휴게시간과 돈 계산이 철저했기 때문에 체계적인 근로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대학생 처음부터 일부러 힘들게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1학년 초반에 과외를 한 번 했었고, 근로장학생으로 관광연구소에서 일도 했다. 하지만 다른 일들에 비해 편하게 돈을 벌어서인지 크게 인상 깊은 기억은 없다. 확실히 내가 몸이나 마음을 갈아넣어서 일한 경험이 더 기억에 잘 남는다. 그리고 이렇게 힘든 일들을 다방면으로 경험한 덕분에 멘탈이나 육체적으로 웬만한 일은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기를 수 있었다. 실제로 사람들이 '너무 힘들다'고 할 때 나는 '견딜만 한데?'란 생각을 자주 했다. 물론 그런 생각을 굳이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ㅎㅎ

 

옛날에는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쉼 없이 돈을 벌며 바쁘게 살았지만 지금의 나는 백수라 매우 편하게 살고 있다. 누가봐도 '힘듦'과 거리가 먼 생활인데 갑자기 왜 '힘든 일'이란 화두를 꺼내게 되었을까? 최근 타입스크립트를 공부하면서 힘든 일을 먼저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바스크립트라는 매우 유연한 언어로 개발 공부를 시작해서 엄격한 타입스크립트를 공부하다보니 엄격한 언어를 처음부터 배웠으면 더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 뭐든 쉬운 일에서 어려운 일을 하는 건 힘들지만, 어려운 일에서 쉬운 일을 하는 건 껌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미 자바스크립트로 시작한 것을 어쩌겠나. 다시 또 T스러움을 발휘해서 아쉬움은 뒤로 하고 타입스크립트에 익숙해져야겠다.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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